스토리약 4분 읽기

AI에게 회사를 맡긴 하루 — 모의투자부터 첫 실주문까지

시작은 "혼자서는 못 하겠다"였다

자동매매 시스템을 만들어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은 많다. 나도 그중 하나였다. 다른 점이 있다면, 코드를 짜는 것부터 리스크를 검토하는 것까지 전부 AI 에이전트 여러 개에게 역할을 나눠서 맡겨보기로 한 것이다. 기획하는 AI, 코드를 짜는 AI, 그 코드를 감사하는 AI. 사람인 나는 최종 승인만 하는 구조로 짜봤다.

말은 거창하지만 시작은 소박했다. "일단 모의투자부터 돌려보자."

모의투자 단계에서 드러난 것들

모의투자(페이퍼 트레이딩)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실전으로 가는 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. 실제로 모의 단계에서만 걸러진 문제가 몇 가지 있었다.

셋 다 실전이었으면 돈으로 직결됐을 문제다. 모의투자는 "돈이 안 걸린 연습"이 아니라 "돈이 걸리기 전 마지막 방어선"이라는 걸 체감했다.

거래소 코드 착오 사건

가장 식은땀 났던 순간은 종목 코드를 다루는 부분에서 나왔다. AI가 짠 코드가 특정 상황에서 종목 코드를 잘못 매핑하는 경우가 있었다. 사람이라면 "어? 이거 이상한데"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오타 수준의 실수였는데, 자동화된 시스템에서는 그대로 실행될 뻔했다.

다행히 이중 검증 단계에서 걸렸다. 코드를 짠 AI와 별개로, 주문을 실행하기 전에 "이 주문이 말이 되는가"를 다시 검토하는 감사 역할을 따로 뒀던 게 실제로 작동한 순간이었다. 한 명(혹은 하나)이 다 하게 두지 않고 역할을 쪼갠 이유를 제대로 실감했다.

규제라는 벽, 그리고 그게 왜 고마웠는지

금융 관련 자동화는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 규제 지점이 많다. 무슨 주문이든 마음대로 낼 수 있는 게 아니고, 특정 조건에서는 반드시 사람의 승인이 필요하게 만들어야 하는 지점들이 있었다.

처음엔 이 벽들이 "속도를 늦추는 귀찮은 절차"로 느껴졌다. 그런데 막상 시스템을 돌리다 보니, 바로 그 절차 때문에 앞서 말한 코드 착오 같은 실수가 실제 돈으로 번지지 않았다. 안전장치는 문제가 없을 때는 그냥 거추장스러운 것처럼 보이지만, 문제가 생기는 바로 그 순간에만 존재 이유가 드러난다는 걸 배웠다.

첫 실주문, 그리고 그 이후

여러 단계의 승인과 재확인을 거쳐 첫 실주문이 체결됐다. 금액이나 종목 같은 구체적인 내용은 여기서 밝히지 않는다(이 블로그의 원칙이기도 하다).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, "AI 조직에게 실행을 맡기되 사람이 마지막 방어선을 쥐고 있는 구조"가 실제로 한 번 완주했다는 사실이다.

지금 이 시점에서 수익이 얼마인지, 방문자가 얼마인지 같은 건 아직 자랑할 게 없다. 솔직히 말하면 전부 0에 가깝다. 이 글도 그 여정의 첫 기록일 뿐이다.

오늘의 교훈 정리

  1. 모의투자는 생략 가능한 단계가 아니라 실전에서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를 실수를 미리 잡아내는 단계다.
  2. 실행 권한을 한 곳에 몰아주지 말 것 — 짜는 주체와 검증하는 주체를 분리하면 사람의 실수도, AI의 실수도 걸러진다.
  3. 규제·안전장치는 평소엔 느리게 느껴지지만, 사고가 날 뻔한 순간에만 값어치를 증명한다.

다음 글에서는 AI 조직 안에서 역할을 어떻게 나눴는지, 그리고 그 구조가 왜 지금 형태로 굳어졌는지를 더 자세히 풀어볼 예정이다.


이 글은 익명의 1인 운영자가 AI 에이전트 조직을 활용해 자동매매 시스템을 구축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, 계좌·금액·소속 등 특정 가능한 정보는 모두 제외하고 작성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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